최근 8년 사이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 때 지불한 가격은 국산차가 30%, 수입차는 20% 상승했다. 할인액은 2020년 기준으로 수입차가 국산차의 4배, 할인율은 2배에 달했다. 국산차 구입비용은 더 올라가고 할인폭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이유는 가격 인상보다는 국산차 수요가 고가 SUV와 대형차 중심으로 이동했고, 수입차들이 벌인 할인 프로모션 경쟁에서도 거리를 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터융합·소비자리서치 전문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2001년부터 매년 7월 실시하는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매년 10만명)'에서 지난 1년 신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실구매가격(회사-영업사원 할인을 뺀 실제 지불가격)과 할인금액(회사-영업사원이 할인해준 금액)을 물었다. 이를 토대로 권장소비자가격(평균구입가격, 실구매가격+할인금액)과 할인율을 계산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2013년 이후 차량 구입 가격과 할인율 변화 추이를 정리했다.
■ 수입차 구입가격 등락하는 동안 국산차는 꾸준히 상승
2020년 수입차 평균 구입가격은 6828만원으로 국산차 3379만원의 약 2배이다. 2013년 이후 8년 연속 2배 안팎으로 거의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승률로 계산하면 국산차는 2013년 2624만원과 비교해 28.8% 올랐다. 같은 기간 수입차가 5701만원에서 6828만원으로 19.8% 오른 데 비해 9%포인트 더 오른 셈이다[그림1].
연도별 추이를 보면 국산차는 2013년 이후 올해까지 해마다 꾸준히 올랐다. 이에 비해 수입차는 2016년까지 정체 내지 등락을 거듭하다 2017년 이후 상승했다. 특히 2016년 수입차는 디젤게이트와 연비 논란, 잇단 리콜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전년보다 150만원이나 하락하기도 했다.
■ 올해 수입차 5.7% 깎아줬는데 국산은 2.9% 찔끔
국산차는 할인도 깐깐해졌다. 2013년 평균 104만원이던 할인금액이 2020년 98만원으로 줄어들었다[그림2]. 할인율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4.0%에서 2.9%로 뚝 떨어졌다. 수입차는 같은 기간 319만원(5.6%)에서 390만원(5.7%)으로 오히려 커졌다[그림3].
국산차 할인율이 2015~2018년 4년간 4.8~4.9%였던 것에 비하면 2020년에는 2.9%로 크게 줄었다. 수입차는 2016년 8.0%로 최고에 달했던 데 비하면 많이 감소했지만 국산보다는 낙차가 완만했다.
■ 혼다-지프 할인율 9.4%로 가장 높아
차량 브랜드별 할인율은 국산차로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가 2.5%로 가장 낮았고 △기아 2.8% △르노삼성 3.7% 순이었다. 제네시스만 별도로 집계하면 2.0%로 국산차 중 독보적이다.
수입차(지난 1년간 구입한 표본규모가 60 이상인 11개 브랜드) 중에는 △볼보(1.5%)와 △렉서스(2.9%) 할인율이 낮았던 반면 △노재팬 직격탄을 맞은 '혼다'와 △지프가 각각 9.4%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미니 8.3% △BMW 7.8% 순이었다.
■ 국산차 호황 속 할인전략 필요성 못 느낀 듯
자동차 구입가격이 올라간 것은 국산-수입차 모두 공통적이지만 국산 상승률이 더 높은 이유는 단순히 국산차 가격 인상 때문만은 아니다. '아빠차'로 통하던 그랜저가 '오빠차'가 되고 '차박 열풍'에 힘입어 고가 SUV 선호가 늘어나는 등 국산차의 고급-대형화가 진행된 게 큰 이유다. 실제로 이 조사의 국산차 보유 응답자 중 준대형 이상 승용차와 중형 이상 SUV-픽업 차량 비율이 2013년 19%에서 올해 49.6%로 크게 늘었다. 반면 수입차는 같은 기간 39.7%에서 39.6%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수입차의 할인폭이 더 큰 것은 수요-공급이 국산차와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차는 제작사가 직접 수요 상황에 따라 공급을 조정할 여력이 있지만, 수입차는 다르다. 일단 선 구입 후 판매하는 형식이라 수요 변화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할인 공세를 해야 할 상황이 더 많기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의 변화를 잘 지켜보면 의외로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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