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방역조치는 전국민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은 60세 이상 남성과 영세사업자, 중간소득층이었다. 반면 학생층, 20대 남·녀, 미혼자 등 경제적 책임이 가벼운 층이 부정적 영향을 덜 받았다. 생활 영역별로는 ▲사회생활에 가장 타격이 컸으며, 그 다음은 ▲개인생활 ▲경제생활 ▲가정생활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삶의 질은 악화되고 있고, 기존 취약층과 중간층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데이터융복합·소비자리서치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주례 소비자체감경제 조사`(매주 1000명 대상)에서 작년 12월부터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생활 전반에 어느 정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는지 묻고(39주간, 3만9000명) 계층별로 영향 받은 정도를 비교했다. 조사는 ▲개인생활 영역(취미생활, 대중교통 이용) ▲경제생활 영역(경제활동 및 수입, 쇼핑/소비생활) ▲가정생활 영역(자녀교육 및 육아, 가족관계, 집안일/가사노동) ▲사회생활 영역(친구·동료 등과의 사회교류, 생활반경과 이동) 등 4개 영역 9개 항목에서 이뤄졌다.
■ 전체적으로 부정적 영향 50%, 중립 40%, 긍정 10%선
조사 결과 9개 항목 모두에서 부정적 영향이 훨씬 컸다. 9개 항목을 종합한 생활 전반에 대한 부정 평가율(% 약간+매우 부정적)은 조사가 시작된 작년 12월(3차 대유행으로 방역 2.5단계 돌입) 최고치인 56%를 기록했다. 그 이후 2단계로 완화되고, 조치에 둔감해지며 지난 6월 45%까지 낮아졌다. 4차 대유행이 시작(7월 6일, 1일 1000명 이상 확진)되고 새로운 거리두기가 수도권 4단계로 격상(7월 12일)되며 8월에는 53%로 반등했다. 지난 9개월간의 평균은 부정평가율이 50.9%로 절반을 넘었고, 긍정평가율(% 약간+매우 긍정적)은 9.1%로 미미했으며 나머지 40%는 중립적이었다[그림].
항목별 결과를 보면 부정평가율이 가장 큰 것은 ▲친구·동료 등과의 사회교류(66.5%)였다. 2위인 ▲생활반경과 이동(62.5%)을 포함해 `사회생활` 관련 영역에서의 어려움이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는 ▲취미생활(59.0%) ▲대중교통이용(57.0%) 등 `개인생활` 영역, ▲쇼핑/소비생활(42.9%) ▲경제활동 및 수입(46.3%) 등 `경제생활` 영역이었다.
부정적인 영향을 가장 덜 받은 것은 ▲자녀교육 및 육아(42.7%) ▲집안일/가사노동(27.5%) ▲가족관계(35.4%) 등 `가정생활` 영역이었다.
■ 모든 집단에서 ‘부정적 영향’이 ‘긍정적 영향’ 압도
방역조치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개인의 특성(직업·성별·연령 등)에 따라 크게 달랐다. 기본적으로 9개 항목 모두에서 방역조치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는 계층/집단은 없다. 부정적 영향을 더 받았는지 덜 받았는지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부정적 영향을 더 받은 5개 집단과 덜 받은 5개 집단을 9개 항목별로 정리한 결과를 보면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집단은 ‘60세 이상 남성’이었고, 그 다음은 ‘사업자’다
[표].
`60세 이상 남성`은 9개 항목 중 무려 6개에서 부정적 영향 1위였다. 이들은 사회·개인·경제·가정생활 4개 영역 모두에서 최소 1개 항목 이상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가장 궁핍하고 비관적 성향이 높은 계층(참조. 살림살이 좀 나아질까요?…‘60대 이상 남성’ 가장 비관적)이었던 이들은 코로나 방역조치로 갈 곳도 없고, 갈 수도 없고, 경제적 여유도 없고, 가족관계 마저 악화되는 ‘4중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 치명률이 특히 높은 고령층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의 삶의 질은 최악이라 할 수밖에 없다.
직원을 두지 않고 혼자 일하는 ‘1인사업자(전체 사업자 중 58%)’ 사정도 심각하다. 이들은 9개 항목 중 8개에서 부정적 평가 5위 안에 들었는데 그 중 ‘경제활동 및 수입’에서 1위였으며, 사회교류, 대중교통이용, 쇼핑/소비생활, 가족관계 등 4개에서는 2위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생활’ 영역에서 가장 부정적이다.
1인 이상의 직원이 있는 고용사업자(전체 사업자 중 42%)도 5개 항목에서 순위 안에 들어 1인사업자보다는 조금 나았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 1인사업자와 합쳐 ‘소상공인’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고통은 ‘60세 이상 남성’ 못지않다. 소상공인 집단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활동 및 수입’에 있다. 무직/퇴직자, 비정규직/일용직보다도 경제생활의 어려움이 더 크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필연적이다. 소득은 줄어든 반면 줄일 수 없는 고정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어려운 계층은 개인소득 ‘400만~700만원’의 중산층이다. 이들은 5개 항목에서 부정적 영향이 큰 집단에 들었는데 경제를 제외한 개인·사회·가정생활 모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정도 소득을 유지하는 집단도 방역조치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는 매한가지임을 알 수 있다.
■ 사회적 책임 크지 않은 청년층이 영향 덜 받아
상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덜 받은 대표적 집단은 학생, 20대 남·녀, 미혼, 그리고 호남 거주자다.
학생은 8개 항목에서 덜 부정적인 5위 안에 들었는데 `취미생활` `쇼핑/소비생활` 항목에서 가장 형편이 나았다. 비대면 수업으로 시간·공간적 여유가 커진 데다 소득활동과 비교적 무관한 계층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밖에 20대 남성이 7개 항목, 미혼자가 6개 항목, 20대 여성이 5개 항목에서 5위 안에 랭크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녀교육 및 육아, 집안일/가사노동, 가족관계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젊은 층이라는 점이다.
호남 거주자는 9개 영역 중 6개에서 덜 부정적 영향 5위 안에 들었는데 이는 다소 특이한 케이스다. 다른 지역은 더 부정적이든 덜 부정적이든 5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곳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방역조치에 대해서도 수용적이 되고, 조치에 따른 불편을 당연히 감내해야 할 사회적 제약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먹고 사는 문제’가 생활 전반에 가장 큰 영향
코로나 방역조치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먹고 사는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경제생활 영역 2개 항목만 떼어내 비교해 보자. 60세 이상 남성, 소상공인(1인사업자·고용사업자)은 ‘소비/쇼핑생활’에서 나란히 1, 2, 3위를, ‘경제활동 및 수입’에서는 1, 2, 4위를 나눠 가졌다. 거의 모든 다른 항목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서 부채가 늘거나 사업을 접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경제는 물론 개인·사회·가정생활에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방역조치가 우리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정도의 차이 역시 분명하다. 항목에 따라 평균적으로 10%는 긍정적 영향, 40%는 별 차이 없음, 나머지 50%는 부정적 영향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이를 종합하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60세 이상 남성과 소상공인의 삶의 질은 코로나 이전부터 바닥이었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특히 남성 노인)은 세계적 수준이고,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제 여파로 폐업위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결과를 보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인다. 이 사회에 더 큰 도움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사람이 분명히 있다. 일률적인 방역조치나 생활지원은 좋은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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